또 하나의 숙원 사업이었던 아빠 사진 Photo book 만들기 프로젝트도 드디어 손을 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어제 저녁먹고 시작한 작업을 거의 밤을 세웠으나, 아직 반도 끝내지 못했다. 워낙 사진이 많기도 했거니와, 새록새록 그 때 생각도 나고, 이런 저런 상념에 젖어 마치 또 다른 여행이라도 다녀온 듯한 에너지가 소요되는 작업이었다.
아빠는 마치 20대의 청년과 같은 열정으로 여행을 즐기셨다. 동트기 전 이른 아침이면 늘 카메라를 들고 나가셔서 여기저기 혼자보기 아까운 풍경들을 담으시곤 했는데, 내가 미처 느끼지 못했던 부분의 시간의 뒤늦은 감동과, 동시에, 바로 그 순간에 같이 못 해드린 것에 대한 미안함이 같이 겹쳐진다.
그중의 가장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Old Faithful Geyser Basin 에서 마지막 저녁에 찍으신 풍경들.
아빠가 이 사진을 찍고 있을 즈음, 저기 어딘가에서 서성이고 있었던 것 같다. 실은, 그 날 저녁의 그 풍경,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단지 풍경이라 말하기엔 부족함이 있고, 뭐랄까... 나의 존재...? 그 시간 그 곳에 그저 그렇게 있었던? 그런 나의 "존재감"을 잊을 수가 없다.
부모님을 모시고, 열흘 넘게 계속되었던 강행군 일정의 고비를 넘기는 Yellowstone park에서의 마지막 밤, 약간의 안도감 같은 노곤한 피곤함이 기분좋게 내 몸을 감싸고 있었고, 어스름하게 다가오는 대자연의 숙연한 휴식의 시간... 대지도 웅장한 숨을 내 고르고, 동물들도 안식처로, 공기 마저 낮게 잦아드는. 그 정적인 생명력의 움직임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그저 그렇게 한참을 서서 그 기운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존재.
Old Faithful 이라는 이름도 그 경험 이후에는 참 공감이 간다. 그곳의 기운과 참 어울리는 깊숙한 이름. 아빠의 사진에서도 그 깊이를 느낄 수가 있다.